중학교 2학년 때, 과학관련 도서를 읽으면서 모기에 물리면 붓는 원인이 독이 아닌 비만세포의 면역작용 때문이라는 것, 노을이 붉은 이유는 진동수에 따른 빛의 산란의 차이 때문이라는 사실 등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나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관련 자료를 찾아가며 과학적인 관점에서 그에 답하는 것에 재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 취미가 계속되어 최근에는 미시세계까지 질문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그런 과정 중 기아나 HIV 등이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한다는 여러 자료를 접하며, 이런 호기심과 답하려는 끈기를 보다 이롭게 사용하고 싶어졌고 제약연구원이 되어 불치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도와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 고등학교에 들어오자마자 높은 경쟁률을 뚫으며, 생명과학 동아리인 '바이오스템'에 가입하였고, 동아리 선배를 통해 경암바이오유스 캠프에 대해 듣게 됐다. 나의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의학적/생물학적 사고를 확장시키기 위해 이번 2019 경암바이오유스 캠프에 참여했다. 이 캠프에 대해 들었을 때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캠프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유명 대학과 연계할 만큼 꽤 규모 있는 캠프였다. 주최측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여 선발하는 식이었는데, 이 글의 처음 부분에서 말한 것을 정리해 제출하니 선정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같이 신청한 친구들이 몇몇 떨어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함께 참여하지 못해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소는 충청도 지역 한정, KAIST 한국과학기술원이었다. 집에서 KAIST가 가까워 가끔 놀러가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 대전에 있다니 대전 토박이로서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건물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공원에서 뛰어 놀던 기억밖에 없어 아쉬움이 많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건물 안을 들어가는 것은 물론 생명과학 분야를 선두하고 계시는 분들의 강의 또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당일 날까지 설렘과 기대에 가득 찼었다.
당일 날이 되자 비가 무척 많이 내렸다. 장마 막바지인 지금 되돌아보면 이번년도 중 가장 많이 온 것 같다. 눅눅해진 몸을 이끌고 건물 안으로 가니 시원한 에어컨이! 좀 살 것 같았다.
친구끼리 만나고 명찰도 받고, 강연장으로 들어갔다.
캠프는 개회사를 시작으로 하여 이정호, 김호민, 박성규, 조혜성 교수님 총 4분이 강연을 진행해주셨다.
우선 이정호 KIAST 교수님은 '유전체에 기반한 뇌신경질환의 이해'라는 주제로 강연하셨다.
강연내용을 요약하자면 " '최근 유전체 분석 기술의 혁신적 발달로 개인의 모든 유전체를 적은 비용으로도 빠른 시간에 분석하는 것이 가능해져, 앞으로는 개인의 유전체 분석에 기반을 둔 맞춤형 정밀 의학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이미 일부 질환에서는 맞춤형 정밀 치료가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시며 인간 유전체가 무엇인지, 그동안 이것을 해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조금 있으면 실현이 될 맞춤형 정밀 의학 시대에 악성 뇌종양, 치매, 간질 등으로 대표되는 난치성 뇌질환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 질 것인지 알려주시고,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는 무엇이 있는지" 말해주셨다.
그 다음은 김호민 KIAST 교수님이 '세포의 핵심부품 단백질, 현미경으로 관찰해보자'를 주제로 강연하셨다. 이정호 교수님은 유전체를 분석하는 기술이 어떤 과정으로 발전이 되었는지에 대해 알려주셨다면, 김호민 교수님은 현대의 분석 기술은 어떤 원리와 방식으로 실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강연하셨다. 김호민 교수님은 초반에 ‘갈매기는 매운 새우깡을 먹으면 매워할까?’라는 다소 유쾌하며 흥미로운 질문을 시작으로 단백질의 구조와 그것을 관찰하는 첨단 기술인 Croy-EM에 대해 설명해주셔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 또한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단백질의 고해상도 3차원 구조 정보는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질병극복을 위한 신약개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니! 내 진로와 관련된 내용에 좀 더 주의 깊게 청강하였다. 교수님이 초반에 던진 질문(갈매기는 매운맛을 느낄까?)의 정답은 '못 느낀다'이다. 매운맛을 느끼려면 캡사이신이 통증 수용체인 TRPV 막단백질과 결합하여 감각신경계를 자극해야 하는데, 갈매기는 TRPV 막단백질이 없다. 그러니 갈매기에게 매운 새우깡을 듬뿍 줘도 괜찮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 측정 방법은 X선 결정학이나 핵자기공명분광학(NMR)이 주로 이용되어 왔다. 하지만 이는 한번의 측정에 많은 단백질이 필요하고, 단백질을 결정 상태로 만들거나 동위원소 표지를 필요한다는 단점과 크기가 큰 단백질복합체 구조규명에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를 보완한 것이 초저온 투과전자현미경법(Cryo-EM)이다. 간단히 말해 단백질을 얼음에 가두면 방향이 무작위로 배치되는데, 이를 여러장 찍어 3차원 구조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강의를 들으며 'X선은 에너지가 상당히 크니까 단백질의 구조를 바꾸지 않을까?'라고 궁금증이 들어 손을 들었는데, 다른 아이가 이와 비슷한 불확정성에 대해여 질문했다. 교수님의 대답은 결과에 영향을 많이 줄 만큼 변형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강의는 박성규 교수님의 ‘유전자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라는 강의였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서술하고자 한다.
마지막 강의는 아주대학교 교수이신 조혜성 박사님의 ‘게놈손상에 출동하는 119 단백질’였다. 박사님은 화성 정착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화상에 살기 위해선 여러 외부적 손상 이외에도 게놈 손상 같은 많은 내적인 문제 또한 있으며, 실제로 세포 하나당 하루에 만 개 이상의 게놈 손상이 일어난다고 하셨다. 유전자 복제나 자외선 등으로 많은 게놈이 손상된다는 것은 이미 알았으나, 세포 하나만해도 이렇게 많은 손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리 몸에 세포가 약 60~100조 개가 있다고 하니 우리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간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박사님은 게놈이 손상됐을 시, 어떤 과정을 통해 이를 복구하는 지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교수님이 강의해주신 내용이 이 동영상에 압축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https://youtu.be/vP8-5Bhd2ag
세 번째 강의는 박성규 GIST 교수님의 ‘유전자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교수님은 DNA가 복제를 하면서 일정확률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부정확성에 대해 설명하셨다. 바이러스부터 인간 같은 고등생물로 갈수록 복제의 부정확성이 줄어들고, 이는 각각의 생존전략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하등생명체에서는 복제의 정확성을 낮춰 유전적 다양성을 높이고 이로써 대부분의 자손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질지라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자손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고등생물체는 복제의 정확도를 높여, 지금까지 안정화된 생존전략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그러면 인간 같은 고등생명체가 이미 정해진 유전자를 통해 다양한 환경인자(유해물질, 병원균 등)에 대해 대응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 몸은 이를 몇몇의 면역세포를 바꿈으로써 대응한다. 즉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와 B세포는 우리 유전자 중 일부를 임의적으로 무작위로 재조합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항원에 대응할수록 있게 한다.
이는 우리 몸에서 우리의 유전자를 바꾸고 있는 세포들의 존재를 의미한다. 그동안 나는 유전자 변이는 생식활동을 통해 자식을 만들 때와 방사능 같은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평소에도 유전자 변이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니!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에 대해 구글에 검색해 조사해보니 관련 정보가 있는 사이트를 발견하였다.
https://netpilgrim.net/382?category=669883
강의를 들으면서 세포 안에 들은 유전체가 계속해서 변화해서 환경에 적응한다면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 발달하여 자식에게 까지 유전된다는 용불용성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질문시간에 이에 대해 질문했는데 그에 대한 교수님의 대답은 '관련 분야가 아니라 잘 모르겠다'였다. 괜히 너무 앞서 생각한 게 아닌가 싶어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이에 관련해 구글에 찾아 보니 용불용성과 비슷한 후성유전학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조사한 자료를 인용하자면 '후성유전학은 한 세대에 특정하게 나타난 형질이 대를 거쳐 유전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후성유전학에 따르면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아도 특정 형질이 나타나거나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 2~3세대 정도 대를 이어 유전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 세대에 전해지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용불용설과 비슷한 맥락이다.
획득한 형질이 유전된다는 라마르크의 주장과 후성유전학은 비슷한 점을 갖고 있다.'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용불용설-완전히-틀린-건-아니다
이번 강의는 주로 유전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최근 생명과학 트렌드가 뇌과학이다보니 작년이나 재작년 강의도 뇌과학에 따른 인간의 행동 특성에 대한 강의가 많아 이번에도 뇌과학이 중점이 될거라 생각했는데 4강의 모두 유전체가 주제여서 의외였다. 4강의 모두 유전체에 관한 내용이다 보니 강연자 분들끼리 겹치는 부분도 꽤 있어 학생들이 흥미를 잃고 자는 경우도 많았다. 다음 강연에서는 이 부분이 좀 더 개선되었으면 한다.
최근 유전체를 이용한 제약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보니 강의에 좀 더 집중하여 청강하였다.
강의를 들으며 이런 부분은 이런 거랑 연관 있지 않을까? 또 이런 부분은 이렇게 이용하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다!와 같이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반복하니 사고를 하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강연자 분들이 이론만 설명하는 것이 아닌 중간중간 재치 있는 농담으로 재미있게 강연해주셔서 감사하게 잘 들었다. 다음년도에도 기회가 된다면 캠프에 참여하여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교수님들의 강의를 듣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