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김형
영장류 뇌 연구는 필요한가?
김형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메일 hfkim@snu.ac.kr

1. 서론 - 생각으로 게임하는 원숭이

최근 한 기업에서 매우 흥미로운 동영상을 공개했다[1]. 고전게임 중 하나인 ‘퐁(Pong)’게임을 하는 원숭이의 모습이다(그림1). ‘원숭이가 게임을 잘 하는데?’라고 그저 신기하게만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더 놀라운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조이스틱 자체가 없는데 원숭이는 마술같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원숭이는 자신의 뇌 신호를 컴퓨터가 직접 처리하여 생각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 최근 이 동영상은 내 주위 동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나에게도 여러가지 질문들이 들어오고 있으며, 이는 영장류 동물모델을 이용한 뇌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그림 1. 뇌 신호를 이용하여 퐁 게임을 하고 있는 원숭이 (Neuralink사에서 인용). 우측 그림: 미국 내 영장류 동물모델 사용 증가 그래프 (Grimm, 2018 Science).
그림 1. 좌측 그림: 뇌 신호를 이용하여 퐁 게임을 하고 있는 원숭이 (Neuralink사에서 인용). 우측 그림: 미국 내 영장류 동물모델 사용 증가 그래프 (Grimm, 2018 Science).

본 논단에서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영장류 동물모델 연구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살펴보고, 영장류 동물모델을 이용한 뇌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2. 영장류 동물모델 연구의 역사 - 인간 존엄성을 위한 필연적 선택

2차대전 전후로 전세계의 뇌 과학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며, 특히 환자실험을 통해 인간 뇌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뇌 연구들은 인간 존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강령’을 통해 동물실험을 인체실험보다 우선시 하게 된다. 또한, 많은 뇌 연구들이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기에 영장류 뇌의 정상 기능을 규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인간이 아닌 영장류 동물모델을 이용한 뇌 연구는 환자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었으며, 이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인간의 뇌를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3. 영장류 연구의 필요성 - 한계를 넘어 인간 뇌 이해와 치료에 한 발 더 가까이

이번 팬데믹 사태를 통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지금, 영장류 연구의 필요성은 대다수의 연구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와 닿고 있을 것이다. 미국 내 영장류 동물모델 사용 현황 그래프를 살펴보면, 잠시 감소세였던 영장류 동물모델 연구는 이미 이번 팬데믹 사태 이전인 2016년도부터 이미 증가세로 돌아섰었다[2] (그림 1). 본 논단에서는 증가 추세인 영장류 동물모델을 이용한 연구 중 뇌 연구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이를 위해 최신 연구논문들의 예시를 바탕으로 네 가지 측면인, 1)분자적, 2)해부학적, 3)뇌 활성적, 4)행동학적 측면에서 영장류 뇌와 다른 동물모델 뇌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이를 기반으로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3-1) 분자생물학적측면 - 뇌 유전자 발현의 차이점

생쥐는 약 90%의 유전자를 인간과 공유하고 있으며, 최근 연구에서도 인간과 생쥐의 대뇌피질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은 매우 동일하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뇌를 구성하는 각 세포 타입들을 나누어서 유전자 발현을 관찰한 결과는 매우 달랐다. 같은 뇌세포 타입 안에서 약 3분의 2의 유전자가 인간과 생쥐에서 다르게 발현되는 것을 Hodge그룹에서 규명했다[3]. 특히, 하나의 예로 우울증을 비롯한 뇌 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요 타겟인 세로토닌 수용체(serotonin receptor)의 경우 생쥐 뉴런에서 발현되는 유전자들이 사람에게서는 발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개발된 우울증 치료제가 우울증이 걸린 생쥐 치료에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우울증이 걸린 인간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으며, 다른 논단에서는 결국 지금까지 동물모델 연구를 통해서 특정 동물모델에서만 작동하는 치료제를 개발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4].

그렇다면, 영장류 동물모델을 연구하는 것이 인간에게 직접 적용 가능한 뇌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이용하여 뇌 질환 치료기전을 발견하는 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뇌 연구에 가장 연구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설치류 동물모델과 최근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과학선진국에서 동물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영장류의 해부학적, 뇌 활성적, 인지행동학적 측면들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을 바탕으로 더 살펴보자.

3-2) 해부학적 측면

설치류, 붉은털원숭이, 그리고 인간의 뇌를 보면, 대뇌피질부터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온다(그림2). 대뇌피질의 주름이 인간으로 갈수록 더 많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차이는 대뇌피질뿐만 아니라, 원시적 도마뱀 뇌(reptilian brain)라고 불리는 뇌 영역들도 인간과 붉은털원숭이는 해부학적으로 매우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의사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는 대뇌 피질 바로 아래 위치한 기저핵(basal ganglia)영역의 구조도 영장류는 미상핵(caudate nucleus)과 조가비핵(putamen)과 같이 세세한 부위로 나누어져 있으나, 쥐의 경우에는 이 두 구조가 하나로 합쳐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2).

그림 2. 좌측 그림: 설치류와 영장류의 뇌 비교. 설치류는 쥐, 영장류는 붉은털원숭이의 뇌.
그림 2. 좌측 그림: 설치류와 영장류의 뇌 비교. 설치류는 쥐, 영장류는 붉은털원숭이의 뇌. 대뇌피질의 주름을 비롯한 여러 해부학적 특징 차이를 볼 수 있다. 우측 그림: 각 모델동물 뇌와 인간 뇌의 관상단면. 원시적 뇌 영역이라고 불리는 미상핵과 조가비핵의 구조에서도 영장류-설치류 간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해부학적 기능차이 연구의 예

최근 이 기저핵에 대한 해부학 연구는 설치류와 영장류 뇌 회로의 차이점 뿐만 아니라, 그 기능의 차이점도 설명하고 있다[5,6]. 하나의 뇌 구조 안에서도 세분화된 작은 영역들은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는 가설이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설치류 동물모델에서 지금까지 연구가 진행되었다[7]. 대표적으로 설치류 기저핵을 뇌 중심과 뇌 바깥쪽 축(medial-lateral axis)으로 나누어 그 기능을 주로 연구했다. 그러나, 최근 영장류 연구들에서는 기저핵의 앞-뒤축(anterior-posterior axis)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능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 규명되고 있다[8].

다른 동물모델에서 뇌 앞 - 뒤축의 기능적 특성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가?- 발생해부학적 측면

그 이유는 발생해부학적 측면으로도 살펴볼 수 있다. 영장류 뇌의 발생은 설치류 뇌의 발생과 다른 점이 있다. 영장류는 신경관(neural tube) 발생 중에 앞-뒤축(anterior-posterior axis)으로 더 길게 자라나고, 설치류와는 다른 뇌 영역 위치와 구조를 갖게 된다(그림3, 왼쪽그림-신경발생축 참조). 이 발생해부학적 특성을 볼 때, 영장류는 앞-뒤축을 따라서 그 기능을 각 뇌 영역에서 더 세부적으로 수행하고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더 크고 더 세부적으로 나눠진 영장류 뇌 연구모델은 해부학적 뇌 회로의 구성과 그 기능을 더 쉽게 밝힐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뇌 회로 차이에 의한 실험결과의 차이가 발생할까? - 영장류 뇌와 설치류 뇌의 해부학적 차이에 의한 행동학 결과 차이

최근 연구된 영장류와 설치류의 뇌회로해부학 비교 결과는 이 차이점의 이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대표적 예로 붉은털원숭이 미상핵의 꼬리(caudate tail)라고 불리는 뒷부분과 설치류의 상동 기관이라고 생각되는 선조체 꼬리(tail of striatum)에 정보를 보내는 뇌 영역들을 해부학적으로 분석하였다[5,6] (그림3-왼쪽 그림). 설치류와 영장류의 두 뇌 영역 모두 감각을 처리하는 대뇌피질과 시상에서 직접 입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했으나, 놀랍게도 설치류의 선조체 꼬리는 오감 정보를 모두 받는 반면, 영장류는 시각만을 선택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6](그림3). 이 해부학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결과를 각각 예상해보면, 1)설치류의 선조체 꼬리는 시각, 청각, 촉각 등 어떤 감각을 사용해도 행동학적으로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2)영장류의 선조체 꼬리는 시각 이외에 다른 감각기관을 사용한 연구에서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기 힘들 것이다. 현재 여러 감각에 대한 설치류 선조체 꼬리의 기능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시각 외 나머지 감각들이 영장류 선조체의 어떤 영역에서 처리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림 3. 뇌해부학적, 뇌활성적, 행동학적 차이점의 예시. 미상핵 꼬리 영역에 해부학적 입력(왼쪽 그림), 연결된 도파민 뉴런의 뇌활성(중간 그림), 사용된 행동연구의 차이점(오른쪽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 뇌해부학적, 뇌활성적, 행동학적 차이점의 예시. 미상핵 꼬리 영역에 해부학적 입력(왼쪽 그림), 연결된 도파민 뉴런의 뇌활성(중간 그림), 사용된 행동연구의 차이점(오른쪽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영장류 뇌 세포 구성의 차이점 - 신경 아교 세포(glial cell)의 예

뇌 회로 뿐만 아니라, 영장류 뇌 세포 구성은 설치류 뇌와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신경 아교 세포와 뉴런의 구성 비율 차이가 잘 알려져 있다. 신경 아교 세포의 비율은 뇌 질량이 커질 수록 증가하며, 생쥐, 원숭이, 인간 뇌로 갈 수록 신경 아교 세포의 비율이 대략적으로 증가한다[9]. 영장류에서 증가된 신경 아교 세포는 단순히 커진 뇌를 구조적으로 지탱하기 위한 비율 증가인가? 아니면, 영장류에서 증가된 신경 아교 세포들이 뇌 정보처리에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뇌 세포 구성에 따른 뇌 기능 연구도 앞으로 인간 뇌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해야 할 숙제 중 하나이다.

3-3) 뇌 활성적 측면

뇌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전기화학적 신호전달이다. 이 전기화학적 신호전달은 각 뉴런 분자구성의 ?차이와 뇌 회로 연결의 차이에 의해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위에서 설명한 영장류 뇌의 분자, 세포 및 해부학적 차이점들은 영장류 뇌 특이적 활성을 통한 정보전달을 생성할 수 있다.

영장류 특이적 뇌 활성? - 영장류 도파민 뉴런의 차별성

최근 연구에서는 영장류와 설치류 선조체 꼬리의 해부학적 입력 뿐만 아니라, 그 정보의 질도 다를 수 있다는 연구보고들이 간접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선조체에 해부학적 입력을 주고 있는 도파민 뉴런의 경우, 붉은털원숭이 뇌 연구를 통해 기존에 잘 알려진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의 긍정적 보상정보(positive reward information)를 처리하는 뇌 활성을 처음으로 발견했다[10]. 이는 설치류 뇌에서 발견되었으며, 이 뇌 활성을 바탕으로 동물의 강화학습과정을 이해하고 인공지능 연구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는 설치류-영장류 실험을 통해 뇌 활성과 뇌 기능의 공통 기본 법칙을 규명한 좋은 예이다.

하지만, 최근 영장류 도파민 뉴런 연구에서 기존에 알려진 도파민 뉴런과 다른 기능을 하는 뉴런들이 발견되고 있다. 이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1)현저성(salience)을 처리하는 도파민 뉴런과 (2)장기가치기억(long-term value memory)을 처리하는 도파민 뉴런이다[11,12]. 먼저, 현저성 정보처리 도파민 뉴런은 좋은 보상정보뿐만 아니라 나쁜 보상정보에도 높은 뇌 활성을 보이며, 이를 통해 좋든 싫든 중요한 물체라는 ‘물체의 현저성 정보’를 처리한다. 이는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의 많은 인지행동을 설명하는 신경생물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두번째로 장기 가치기억 처리 도파민 뉴런은 오랫동안 경험한 물체의 가치를 저장하여 지금 당장 물체를 통해 보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그 물체가 중요했다는 ‘물체의 경험을 기억’한다. 이는 영장류가 습관적으로 중요한 물체를 선택하는 행동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새롭게 발견된 두 도파민 뉴런은 영장류 뇌 연구를 통해 처음으로 밝혀졌으며, 해부학적으로도 서로 다른 뇌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11,12](그림3-중간그림). 하지만, 영장류에서 새롭게 발견된 도파민 뉴런들의 존재는 아직 설치류 모델에서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다.

뇌 기능의 기본 법칙을 연구하는데 영장류에서 발견된 뇌 기능을 설치류에서 완벽히 재현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뇌를 이해하고 뇌 질환 환자를 치료한다는 목적에 직접적으로 부합하기 위해서는 영장류 뇌 연구 결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영장류에서 발견된 뇌 활성을 설치류에서는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것일까? 앞서 설명한 분자, 세포, 해부학적 차이와 함께 중요한 다른 실험적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영장류와 다른 동물모델 간 행동양식 차이에 따른 실험 방법론적 차이점이다. 이에 대해서 더 논의해보고자 한다.

행동학적 측면 - 영장류를 이용한 시각기반 인지행동연구

뇌 연구를 위해 각 동물모델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행동 조건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실험 조건 중 하나이다. 특정 감각에 의존하는 동물모델을 사용한 연구들은 각 동물에 맞는 감각기관을 사용하고, 그 감각에 특화된 행동양식을 이용하여 각 모델동물들이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는 시각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기 때문에, 영장류 동물연구들은 시각에 기반한 물체인지, 학습과 기억, 의사결정과 같은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었다. 위 예의 현저성 정보처리와 장기가치기억 정보를 처리하는 도파민 뉴런들은 시각 물체의 가치를 연구하는 인지행동학 실험조건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발견된 도파민 뉴런은 앞서 설명한 미상핵 꼬리와 같은 시각정보처리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이와 다른 실험조건에서도 이 도파민 뉴런들이 발견될 수 있겠지만, 이 연구를 위해서는 특정 동물모델의 자연스러운 행동조건을 다시 확립하고, 여기서 영장류에서 발견된 도파민 뉴런들을 찾기 위한 수고를 또다시 해야 한다.

지금까지 분자생물학적, 해부학적, 뇌 활성적, 행동학적 측면에서 영장류 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 최신 연구들의 예를 통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이 연구결과들을 통해 네 가지 측면은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연구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 예시 외에 다른 연구결과들을 통해서도 영장류 뇌 연구의 필요성이 인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영장류 뇌 연구가 활성화가 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지금까지 영장류 뇌 연구가 어려웠던 점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4.영장류 뇌 연구의 어려운 점

4-1) 느리고 힘든 영장류 동물모델 연구에 대한 인식

누구나 쉽고 빠르게 실험이 가능하며, 누구나 동일한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모든 연구자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연구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 많은 연구자들은 기초 지식과 최신 기술을 기반으로 손쉽게 연구 가능한 동물모델과 다양한 연구 방법들을 개발하고 있다. 아쉽게도 빠른 결과를 요구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최근 연구방법론적 방향성은 영장류 동물모델을 이용한 연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특히 영장류 뇌를 연구하는 인지신경생물학 분야는 연구방법론적으로 매우 강한 보수성을 띄고 있다.

하지만, 영장류 동물모델을 이용한 뇌 연구의 보수성은 오랜 연구경험을 통해 얻어진 결과이다. 예를 들어 붉은털원숭이 한 마리가 복잡한 인지행동학 실험을 배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게는 일 년 가량 걸리기도 한다. 이렇게 인지행동실험을 학습한 동물을 안전성과 효율성이 확보되지 않은 여러 연구방법론을 시도하여 소비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영장류 동물모델의 뇌 수술도 수 십년 동안 확립된 방법을 이용하여 진행하며, 새로운 수술방법을 시도하는 모험을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수술 후 인지행동기반 전기생리학 연구도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되며, 논문 한편에 대한 결과를 얻는데 대략 3~4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런 연구방법의 보수성은 되려 영장류 동물모델 연구의 발목을 잡게 되었으며, 많은 연구자들은 영장류 뇌 연구를 어렵고 힘든 연구로 생각하여 과거 여러나라에서 연구자들이 기피하는 연구가 된 적도 있다. 그러나, 최근 인간 뇌에 직접 적용 가능한 지식 획득 및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영장류 동물시설의 세계적 확충, 수술기법과 전기생리학 기술의 혁신적 개발로 영장류 뇌 연구의 문턱은 대학, 연구소, 기업에 점차 낮아지고 있다[1].

4-2) 영장류 연구를 위한 분자세포생물학 기반 부족

영장류 동물모델 연구의 어려움은 단순히 실험방법론적 부분 뿐만 아니라, 영장류 자원과 시설 확보에도 그 어려움이 있다. 특히 영장류 자원 확보의 어려움은 영장류 동물모델 사용을 제한하여, 지금까지 분자생물학적 연구의 접근성을 떨어뜨려 놓았다.

하지만, 최근 개발된 연구기법들은 적은 동물자원으로도 분자생물학 연구가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대표적 예는 앞서 설명한 최신 서열 분석 기법을 통한 영장류 뇌 연구이다. 더 나아가 최근 일본과 중국은 영장류 동물모델에서 화학유전학(i.g. DREADD), 광유전학(optogenetics)과 같은 분자생물학 기반의 기법을 이용하고자 영장류 동물모델에 사용 가능한 바이러스 벡터를 개발하고 있으며, 형질전환 붉은털원숭이 개발 및 무균마모셋 개발도 진행하고있다[13,14].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분자세포생물학적 연구기법을 영장류 동물모델에 사용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계속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아직 시작단계에 있지만, 앞으로 설치류 뇌까지 밝혀진 분자세포생물학적 지식들을 영장류에게 적용하여 분자세포생물학에 기반한 새로운 영장류 뇌 기능을 규명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4-3) 뇌질환 연구를 위한 영장류 뇌질환 모델 개발의 어려움과 세계적 발전 추세

영장류 동물모델 연구의 큰 맹점 중 하나는 대표적 뇌 질환 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여기에는 뇌질환 모델을 위한 1)영장류 뇌에 대한 기초 지식 부족, 2)질환모델 제작기술 부재, 3)영장류 뇌 기능 이상을 확인할 표준화된 인지행동패러다임 부재를 이유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유전자 조작의 문턱이 낮아지면서, 영장류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뇌질환 연구를 하려는 시도가 중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성되고 있다[13.14]. 중국은 자폐증 유전자인 MECP2를 발현시킨 붉은털원숭이를 제작하여 자폐증 영장류 동물모델을 구축하였다[13]. 또한, 일본은 영장류 동물모델에서 발현되는 바이러스 벡터를 새롭게 제작, 이를 통해 유전자 발현 및 특정 뇌 회로를 화학유전학적 방법으로 조절하여 뇌 질환 영장류 동물모델을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14]. 또한, 영장류 뇌 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대뇌피질뿐만 아니라 기존에 뇌 활성 조절이 어려웠던 뇌 심부까지 새로운 기술로 조절하여 뇌 질환 영장류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점점 갖춰지고 있다.

이렇게 발전된 영장류 뇌 연구 기법들을 통해 영장류 뇌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뇌 회로와 뇌 정보처리에 대한 기초 연구를 진행하며, 뇌 질환 환자-영장류 동물모델에 모두 사용 가능한 표준화된 인지행동 패러다임을 개발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를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그 지식을 바로 환자에게 적용하여 치료 기전을 밝히는 뇌 질환 영장류 동물모델 개발이 세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5. 맺음말: 무엇을 위해 연구하는가? - 영장류 직접 연구와 간접 연구의 갈림길에서

모든 기초과학 및 기술개발 연구에서 각 연구들에 맞는 목적과 그 목적에 맞는 장기적 안목과 투자는 매우 중요하다. 앞서 설명했듯이 영장류 동물모델을 이용한 뇌 연구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원 확보와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오랜 기간 투자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혹자는 굳이 어려운 영장류 동물모델 뇌 연구를 우리나라에서 해야할 이유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영장류 모델을 통해 인간에게 직접 응용 가능한 결과와 간접 결과 중에서 어떤 것을 우선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앞서 논의한 대로 뇌 기능에 대한 많은 양의 기초지식을 빠르게 축적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영장류 뇌 연구모델은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 뇌를 직접 이해하고 직접 적용할 수 있는 기초지식과 응용기술을 얻기 위해서는 영장류 뇌 연구모델 사용이 필수이며, 장기적 안목에서 봤을 때 결코 느린 길이 아니다. 게다가 그림 1의 생각으로 게임하는 원숭이처럼 뇌 연구 기술은 급속도 발전하고 있으며, 영장류 뇌 연구의 문턱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해외 과학선진국들은 각 연구중심 대학들과 국가연구소에 뇌 연구가 가능한 영장류 연구센터를 설립하였으며, 분자생물학부터 인지행동까지 뇌 기능과 행동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인간을 더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뇌 질환을 더 직접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특히,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은 영장류 동물모델 중심의 연구를 선언하고, 영장류 뇌 발현 바이러스벡터 개발과 형질전환 영장류 동물모델 제작을 시작했다[13,14]. 이를 위해 1)연구시설 및 2)동물자원확보에도 힘썼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인 3)영장류 연구자 양성에 가장 많은 힘을 쏟았다. 예를 들어, 중국의 유명 대학들과 국책 연구소에서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내국인 영장류 뇌 연구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분야를 육성했고, 이제 인간 뇌를 직접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질적 결과로 그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영장류 뇌 연구의 태동기이며, 그 방향성을 선택해야하는 갈림길에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분자세포생물학 기반의 뇌 연구들은 큰 발전을 이루었다. 영장류 뇌 연구는 분자세포생물학 기반 뇌 연구와 인간 뇌 연구를 잇는 중요한 ‘링크 플랫폼’으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영장류인 인간 뇌 기능을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더 가능성 높은 뇌 질환 치료 기술 개발로 향하는 큰 도약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참고 문헌

  • 1. Wakefield, Elon Musk’s neuralink ‘shows monkey playing Pong with mind’, 2021, BBC News
  • 2.Grimm, Record number of monkeys being used in U.S. research, 2018, 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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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Zimmerman, Why drugs tested in mice fail in human clinical trials, 2020, Havard University Science in News
  • 5.Jiang and Kim, Anatomical inputs from the sensory and value structures to the tail of the rat striatum, 2018, Frontiers in Neuroanatomy
  • 6.Griggs et al., Flexible and stable value coding areas in caudate head and tail receive anatomically distinct cortical and subcortical inputs, 2017, Frontiers in Neuroanat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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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Nagai, Deschloroclozapine, a potent and selective chemogenetic actuator enables rapid neuronal and behavioral modulations in mice and monkeys, 2020, Nature Neuroscience
  • 14.Liu et al., Autism-like behaviours and germline transmission in transgenic monkeys overexpressing MeCP2, 2016, Nature

저자약력

  • 1998-2001

    연세대학교 공과대학/자연과학대학, 학사

  • 2001-2007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신경생물학, 박사

  • 2009-2015

    미국립보건원, 신경네트워크 섹션 방문연구원 및 연구과학자

  • 2016-2019

    성균관대학교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조교수

  • 2019-현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뇌인지회로연구실,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