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동계학술대회는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제는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시점에서 채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 모든 연사분의 강연은 인원이 제한된 강연장에서 대면으로 진행됨과 동시에, 강연장에 참석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비대면 생중계 룸이 준비되었고 직접 학회에 참가하지 못한 분들을 위한 실시간 비대면 송출이 이루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학회가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시점에서 오랜만에 학회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학회에는 진행요원으로 참가하게 되어 하루 일찍 학회장에 도착했습니다. 매번 참가자로만 학회에 참석하다가 진행요원으로 참석하게 된 것은 처음이라 걱정 반 기대 반이었습니다. 진행요원으로 학회에 참석하고 보니, 학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여러분들의 노고가 느껴져 더욱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기다리던 학회 첫날이 도래하고, 강연장으로 많은 분들이 들어와 자리해주시는 모습을 보니 설렘과 긴장감이 공존했습니다.

첫 세션은 Rose Lectures로, KSMCB 회원 분들 중 첫 임용 후 약 1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신 연구자를 연사로 모셔 진행되는 강연이었습니다. 성균관대학교 박웅양 교수님께서 첫 강연을 열어주셨고, 다양한 종류의 항암치료에 반응하여 암 미세 환경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single cell genome analysis를 기반으로 연구하신 내용에 대해 소개해주셨습니다. 암생물학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는 저의 입장에서 굉장히 흥미롭게 경청할 수 있는 강연이었습니다. 매 강연이 끝난 후 있던 질의응답 시간에는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었고, 많은 분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을 들으며 계속해서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진행되었던 White Lecture는 성균관대학교 임시근 교수님께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국가과학수사연구원에 재직할 당시 맡으셨던 다양한 연쇄살인 사건, 중범죄 사건 등에서 어떻게 과학 기술이 이용되어 범죄 현장에서 범인 감식에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 소재로 자주 이용되는 바이오 포렌식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40분간 강연이 진행되었는데, 마지막에는 교수님께서 바이오 포렌식 주제의 영화와 다큐멘터리도 추천해주시는 아주 유쾌한 강연이었습니다. 다양한 분자생물학적 기법들이 이렇게 곳곳에서 실용적으로 이용되고, 더 나은 결과를 위해 현 기술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고 자극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둘째 날에는 Gold Ribbon Lecture로 조혜성 교수님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DNA double-strand break이라는 큰 주제로 수십년간 연구를 지속하시며 밝혀온 genome integrity에 대한 내용을 회고의 형식으로 멋지게 발표해 주셨습니다. 과학 발전을 위해 평생을 노력해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학에 대한 열정과 본인의 연구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교수님의 강연을 들으며 큰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이제 막 과학계에 발을 들인 어린 연구자로서 어떤 자세와 마음가짐으로 연구에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귀감이 되는 강연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Young Investigators' 세션이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혹은 박사 후 과정에 계신 젊은 연구자들의 강연으로 이루어진 세션이었습니다. 많은 교수님들과 참가자 앞에서도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발표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매우 놀라웠고,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연구자로서 그간의 연구자분들의 노고가 느껴졌고, 다양한 분들의 도움으로 완성된 연구 결과들을 보며 연구에 있어 협력의 중요성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질의응답 시간이 없던 점이 아쉬웠는데, 시간이 있었다면 젊은 연구자들이 활발히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동계학술대회에 참가하며, 그 어느 때보다 과학을 연구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두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과학이라는 한 단어로 하나가 되어 열정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훌륭한 연구 업적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분야 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혹독한 상황임에도 철저한 방역과 안전, 그리고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노력해주신 많은 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앞둔 정기학회와 이후 학회도 이번과 같은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