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leemd@gachon.ac.kr
작년 5월, 대학 졸업 25주년 기념 동문재상봉 행사를 위해 모교를 방문하였다. 연세대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매년 5월에 졸업 25주년과 50주년 재상봉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잘 알고 있었다. 동문회보 등을 통해 재상봉 선배들의 회고담을 읽어 보면서 우리에게는 막연히 먼 훗날로만 생각했는데, 어느 새 우리가 그 주인공이 돼있었다. 다양한 전공과목으로 여러 곳에서 대부분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동기 친구들이 무척 반가웠고, 철부지 예과시절부터 본과를 거쳐 무척 고되고 힘겨웠던 전공의 시절을 함께 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지금은 그 기억도 희미하지만 우리가 처음 의예과에 입학했던 시절에 장래희망과를 적어서 타임캡슐에 넣어뒀다 졸업할 때 꺼내봤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그 때 ‘병리학’ 또는 ‘내과학’을 써놨던 것 같다. 그 당시 병리학이 뭘 공부하는 건지도 잘 모르는 시절이었는데 아마도 연구하는 의사-그 때는 ‘의사-과학자’란 용어나 의미도 확실하지 않던 시절이라 막연하게 임상에 국한하지 않고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 때로부터 벌써 3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여전히 늘 연구비를 걱정하고, 웨스턴 결과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삶을 살고 있는 터라 ‘연구마당’ 이 자리를 빌어 지금 진행중인 두 가지의 연구를 정리해서 소개하고 앞으로의 진행 방향을 모색해보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갑상선 연구는 대학원 석사 시절 시작했다. 갑상선암에서 RET 유전자의 재배열과 과발현에 대한 주제였는데 분자유전학의 기본 실험 기법을 익히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1]. 실험은 주로 당시 생소한 유전자 분석을 주로하는 바이오벤쳐회사에서 진행했는데 환자의 검체를 얻기 위해 동분서주한 기억이 많이 남는다. 특히 특정 세포주를 얻고 실험 기법을 보고 배우고자 일주일 간 나가사키대학을 방문한 것은 일본과의 첫 번째 인연이 되었다. 짧은 시간동안 친절하고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었던 일본 교수님은 헤어지면서 뜻밖에 전망이 별로 없는 갑상선학을 전공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이었다.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을 경험한 후 “원폭 후 의료”라는 새로운 의학 분야를 개척한 이 곳의 의료진과 연구진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실제 그 교수님은 얼마 안가 개업의로 변신하였다. 일본 교수님의 당부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정말로 그 이후 박사 과정에서 부갑상선을 공부하였고, 포스닥 시절에는 인슐린 저항성과 내피세포의 기능부전에 집중하느라 갑상선에 대한 연구는 중단이 되었는데, 2008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에 우연히 흥미로운 환자와 마주치면서 갑상선 호르몬의 대사와 정밀한 기능 조절에 대한 연구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내분비내과 내에서 분과를 철저히 나누지 않는 병원의 분위기 때문에 당뇨병, 갑상선질환, 골대사질환 등 모든 분야의 환자를 다 진료하게 되었는데, 이는 거의 모든 분야를 다 섭렵했던 본인에게는 오히려 더 장점이 되었다. 그리고 근무하는 곳이 인천 지역의 가장 큰 병원이자 오래된 병원이다 보니 다양한 환자들이 무척 많았고, 그 중에서 더 깊게 들어가보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분자 병인을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실제로 환자 진료시 접하게 된 궁금증과 호기심을 훈련된 연구 기법을 통해 그 원인을 규명하고 새롭게 알려진 연구 결과를 환자 진료에 적용한다는 중개의학의 본질을 실현하는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이었다. 때마침 당시 우리 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갑상선암 발생률이 몇 배 이상 높았고 계속 증가일로였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과 이유는 갑상선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갑상선 수술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많이 시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수술 후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는 늘 병원에 만원이었다. 갑상선호르몬제는 값도 저렴하고 손쉽게 복용할 수 있어 아주 손쉬운 치료로 생각되어 왔는데, 적절한 치료와 정상적인 갑상선 기능검사에도 불구하고 늘 피곤하고 기력이 없어 생활이 예전같지 않다라는 불평과 더 심한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환자들도 적지 않았고 이에 대한 해결은 아직도 완벽하게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 우리 몸에 분비되는 갑상선 호르몬의 두 종류인 T4와 T3중 주로 전구호르몬인 T4를 보충하게 되는데, 이는 탈요오드화 효소 (Deiodinase, DIO)의 작용으로 인체 내에서 활성화 호르몬인 T3로 적절하게 전환이 된다는 가정하에 성립되는데, 모든 사람들의 DIO의 작용이 원활할 것이라는 전제는 어느 곳에서도 정당화되어 있지 못하다. 실제로 지금도 미국, 유럽 관련 학회에서는 갑상선호르몬 보충요법에서 T4 단독요법과 T3+T4 병합요법의 비교는 늘 논란거리이면서 어느 누구도 속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던 중 갑상선호르몬 보충요법 도중 충분한 T4 보충에도 TSH가 억제되지 않다가 T3를 추가하면서 비로소 TSH가 억제되는 환자, 다시 말해 DIO2의 활성이 저하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를 두서너명 경험하면서 이들에게 실제로 DIO2의 활성이 억제되어 있는지, 그렇다면 DIO2의 활성을 조절하는 인자는 무엇인지 알아보는 연구를 계획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DIO2를 공부하게 되면서 그제서야 DIO는 셀렌단백질이고 셀레노시스테인을 포함하는 셀렌단백질의 전사, 번역을 통한 합성은 매우 특이한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셀렌단백질의 합성 과정의 특이성을 깊게 공부하고 셀레노시스테인의 특이 전달RNA를 밝힘으로써 새로운 21번째 아미노산이란 사실을 처음 보고하신 서울대 생명과학과 이병재 교수님 연구실을 자주 방문하여 새로운 이 분야에 눈을 뜨게 되었다[2]. DIO2의 활성을 직접 측정하는 기법을 고안하고자 했는데 여러 가지 난점이 있어 일본 군마대학 검사의학과 무라카미 교수님 연구실에서 환자의 섬유아세포로부터 측정을 하였고, 환자에서 발견한 TSH수용체의 억제형 변이로부터 DIO2의 활성에 직접적인 TSH의 역할을 규명하였다[3]. 이 사실을 보스턴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매우 저명한 의학 학술지에 투고하여 고무적인 회신을 전달받았으나 복수의 환자에서 동일한 결과의 확인을 요구받아 환자의 동의를 얻어 추가 실험을 수행하려고 했으나 환자(엄밀히 환자의 보호자)의 허락을 받는데 실패하여 많은 아쉬움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공중파 국영방송 건강프로그램에 소개되어 유사한 환자분들이 많이 외래 진료실에 찾아와 이 분들 중 셀렌단백질의 합성과정에 결함이 기대되는 유망한 변이가 발견되어 이를 더 깊게 파보고 있는 중이다[4]. 또한 실제 T3+T4 병합요법과 T4 단독요법의 효과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계획중이어서 이에 대한 확실한 임상적 미충족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 갑상선암 발생률이 몇 배 이상 높고 계속 증가하던 현상은 의학적 배경 이외에도 다른 측면에서 매우 심각하고 민감한 갈등 상황을 야기하였는데, 고려의대 故안형식 교수님의 용기있고 꼼꼼한 연구결과 등으로 필요이상의 초음파 검진이 그 원인임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진료지침의 변화를 이끌어 냈는데[5,6], 그 과정에서 수술의 건수와 범위가 축소되면서 수술 이후 발생하는 부작용인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는 사실을 이화여대 안성복 교수님과 함께 분석하여 매우 영향력 높은 의학 학술지에 발표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7].
부갑상선 연구는 대학원 박사 시절 시작했다. 코스웍 중에 유전자 전달체학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마침 자병원 파견이어서 출석 일수 부족으로 F를 받게 되는 바람에 한 학기 재수강을 하게 되었다. 사실 엄밀히 학칙을 적용하면 하루 차이로 F는 면할 수 있었기에 이를 강력히 어필하다가 강좌 담당교수님과 심하게 대립하였는데 반면 이를 계기로 연구실을 아무때나 찾아갈 수 있는 더 친밀한 관계로 성장하였다. 어렵고 실험이 막힐 때마다 예고없이 나타난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최단 기간에 실험을 마무리 할 수 있었는데, 주제는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하지 않고 높은 효율로 관심 유전자를 정확한 게놈상에 도입시켜 실험적으로 부갑상선호르몬 유전자 치료를 확립하는 것이었는데 주로 일본 동경대 티슈엔지니어링부의 정웅일 교수님의 실험실에서 수행하였다[8]. 정형외과, 치과, 내분비학 임상 배경을 갖고 있는 또래의 일본 학생들과 함께 보낸 이 시절은 주로 의학과 공학의 융합 학문을 추구하는 일본의 시대적 요구의 시발점이었고, 나중에 의.공.약.리로 확대된 대학원 융합 GPLLI 프로그램에 초빙교원으로 참여함으로서 그 발전과정과 실제의 효용을 직접 경험할 기회가 되었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절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8년 귀국하고 나서 시작한 희귀유전질환 등록연구의 일환으로 특발성 부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의 유전자 변이를 찾아가는 도중에 NGS가 도입되었고 이는 연구를 더욱 가속화하는 촉매가 되었다. 몇 가지 재미있는 유전자 변이를 찾아 기능 연구를 통해 질환 유발 변이 여부를 찾아가던 도중 부갑상선호르몬(PTH)의 성숙부위인 84개의 아미노산 중에 25번째 Arg이 Cys으로 치환된 동형접합돌연변이를 세 남매에서 찾게 되었는데, 그 때까지 PTH의 시그널 펩타이드에 서너 개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었을 뿐이고 성숙 PTH에는 변이가 보고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는 행운이 따랐다[9]. 시그널 펩타이드에 발생한 변이는 PTH 단백질의 합성이 저해되는데 반해 성숙 PTH에 발생한 Cys25 돌연변이는 합성과 분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여 변이 펩타이드의 생체 외, 생체 내 실험은 새로운 국면을 기대하게 하였다. 기대했던 대로 변이 펩타이드는 생물학적 활성이 저해되어 임상적으로 부갑상선기능저하증을 유발하는 변이임을 어렵잖게 증명할 수 있었는데, 이 변이 펩타이드와 정상 펩타이드와의 상이한 기능과 활성은 또 다른 연구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더구나 이 변이를 가진 환자들의 특이한 임상양상은 이 변이 펩타이드의 새로운 활성 및 효과를 통한 신약개발에 대한 단서를 제시하였고 더 넓은 활용 범위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또한 이 변이를 가진 동물모델을 제작하는 도중에 최근에는 똑 같은 돌연변이를 가진 아이가 우리와 정반대의 대륙에서 발견되어 추후 치밀하고 꼼꼼한 추적관찰을 통한 공동연구의 필요성과 이 변이가 가진 새로운 임상적 의의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10].
뒤돌아 보건대 모든 연구의 시작은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로부터였고, 그 종착점도 결국 환자들에 있었다. 연구의 이유도, 재료도, 목표도 모두 환자에 있고, 진료실을 벗어난 연구는 의미가 희미해질 수밖에 없음을 더욱 절실히 깨닫는다. 혼자의 지식과 능력은 한계가 있고, 멀리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은데 같은 대상과 목표를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살펴보고 다가갈 때, 그리고 서로 토론하고 협력할 때 이전에 상상할 수 없는 큰 일을 이루고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은 일상에서 늘 깨닫는 교훈이다. 그런 의미에서 갑상선호르몬 보충요법의 정교화를 위해 전장유전체 변이의 세밀한 임상적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 생물정보학의 대가, 도출된 임상유전체 변이 정보를 쉽게 검출할 수 있는 유전체 분석키트의 제작에 능통하신 분, 임상현장에서 정교한 갑상선 보충요법을 시행하고 그 미세한 삶의 질의 변화를 감별할 수 있는 세심한 임상연구자 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부갑상선호르몬의 정교한 수정과 보완으로 도출된 미세분자를 포함한 각종 유도체들을 합성할 수 있는 단백질 합성의 마스터, 그리고 합성된 모든 후보 유도체의 수용체와의 결합 및 반응의 변화를 생물학적으로 그리고 구조적으로 풀 수 있는 GPCR 관련 구조생물학의 정통을 꿰뚫고 있는 고수들의 관심과 협력을 기대한다.
Lee S, Hong SW, Moon WC, Oh MR, Lee JK, Ahn CW, Cha BS, Kim KR, Lee HC, Lim S-K. High prevalence of c-RET expression in papillary thyroid carcinomas from the Korean population. Thyroid 15:259-266, 2005
Lee BJ, Kang SG, Hatfield D. Transcription of Xenopus selenocysteine tRNASer (formerly designated opal suppressor phosphoserine tRNA) gene is directed by multiple 5′-extragenic regulatory elements. J Biol Chem 264:9696-9702, 1989
Park E, Jung J, Araki O, Tsunekawa K, Park SY, Murakami M, Jeong S-Y, Lee S. Concurrent TSHR mutations and DIO2 T92A polymorphism result in abnormal thyroid hormone metabolism. Sci Rep 8:10090, 2018 | DOI:10.1038/s41598-018-2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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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 Mannstadt M, Guo J, Kim SM, Yi H-S, Khatri A, Dean T, Okazaki M, Gardella TJ, Jueppner H. A homozygous [Cys25]PTH(1-84) mutation that impairs PTH/PTHrP receptor activation defines a novel form of hypoparathyroidism. J Bone Miner Res 30:1803-18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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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과대학, MD
세브란스병원 내과 전공의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 연구원
연세대학교 대학원, PhD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강사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후 연수
가천대학교 의과대학 내과학 교수
일본 동경대학 대학원 GPLLI 초빙교원
미국 하버드의과대학/MGH 초빙부교수
미국 마운트사이나이 의과대학 약리학 겸임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