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서울 COEX에서 개최되었던 한국 분자세포생물학회(KSMCB)의 마지막 날에 공개된 2020년 학회의 기간 및 장소는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주로 개최가 이루어지던 COEX가 아닌, 맑은 공기와 푸른 바다가 펼쳐진 제주도에서의 학회 개최 소식 때문이었다. 우리 실험실 학생들을 포함해서 2020년 학회 참석을 예정하고 있던 많은 연구자들은 제주도에서 학회 강연을 들을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심각해진 COVID-19의 영향으로 인하여 2020 KSMCB는 제주도가 아닌 온라인 학회로 개최되었다. KSMCB학회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0 KSMCB는 학회 관련 담당자 분들의 세심한 관리와 노고 덕분에 첫 온라인 학회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좋은 화질과 끊김이 없는 스트리밍으로 강연이 제공되었다. 뿐만 아니라 활발한 채팅을 통한 Q&A와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 전체적으로 원활한 강연이 진행되도록 수많은 부분들에 신경 써 주신 것이 느껴졌고, 현장감 있는 학회를 최대한 구현하려는 수고와 정성들이 모여서 원만한 학회의 진행이 가능했던 것 같아 이 글을 빌어 학회 관계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한, 약 2500여명에 가까운 학회 등록 인원과 ‘Nobel Laureate Lecture’를 비롯한 156개의 강연, 그리고 900개가 넘는 초록이 등록된 것은, COVID-19가 결코 꺾을 수 없는 많은 연구자들의 학회참석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대목이라 느껴진다.

이번 온라인 학회의 장점으로 느낀 것 중 하나는, 내가 흥미 있는 강연을 독립된 공간에서 들음으로써 강연에 보다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장점은 학회 첫째 날에 진행된 Sym. 05에서 Data Driven Cancer Research In Translation 강연을 들으며 느끼게 되었다. 여러 강연 중에서도 특히 수많은 암 환자들의 데이터를 통한 Proteogenomics database 개발 및 다양한 암세포에서의 clinical한 타겟에 대한 발표를 하신 가톨릭 대학교 홍동완 교수님의 강연이 관심을 끌었다. 또한 Plenary Lecture인 Robert G. Roeder 교수님의 강연에서 림프종에 관여하는 transcriptional co-activator인 OCA-B와 백혈병의 발병 및 진행과 연관된 E2A-PBX1의 메커니즘과 연구 결과를 듣고, 질병과 단백질을 연구하는 접근 방식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둘째 날, 학회 강연에서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기대가 가장 높았던 강연은 단연 Andrew Fire 교수님의 Plenary Lecture가 아닐까 생각한다. RNA interference의 발견을 통한 gene silencing을 밝힌 연구업적으로 2006년 Craig Mello와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한 이력이 있는 Andrew Fire 교수님의 강연을 통해 transcription polymerase를 통한 특이적인 hereditary transfer of RNA의 존재와 역할을 들을 수 있어 굉장히 흥미로웠다. 또한 최근 Science에 게재된 RNA replicons에 대한 강연 내용도 인상 깊었다. 현재까지도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은 분야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발견을 위해 도전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탐구자 정신도 느끼면서, 연구자로서의 태도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생각을 하게 된 강연이기도 했다.

셋째 날에는 많은 세션들 중에서도 우리 실험실의 주 연구 분야인 Sym. 20 Glycosylation 강연을 들었다. 모든 강연의 구성이 흥미롭고 유익했는데, 그 중 특히 서울대학교 묵인희 교수님의 ER 분비계에서의 Amyloid-β 및 O-GlcNAcylation의 역할에 대한 강연이 인상 깊었다. 알츠하이머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Amyloid-β가 세포 내에서 Calcium homeostasis를 망가뜨릴 때, Sec31A의 O-GlcNAc의 역할과 ERES에서 COPII vesicle의 형성이 조절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것이었다. 당생물학 공부를 결심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으로서 퇴행성 신경질환, 관절염, 감염성 질환 등에서 Glycosylation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그렇기에 더욱 연구의 중요도가 높다는 점을 상기시키게 되었다. 세션의 마지막에는 우리 연구실에서 수행한 Hippo signaling에서의 O-GlcNAcylation의 기능에 대한 연구 성과도 김은아 박사님을 통해 발표되었는데, 같은 연구실 소속으로써 정말 자랑스러웠고 앞으로의 연구에 대한 각오와 열의를 다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 학회의 또 하나의 장점을 꼽자면, 많은 연구자들의 포스터발표를 쉽고 빠르게 검색하여 장시간 동안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오프라인학회 때보다 더 많은 포스터를 살펴볼 시간을 확보하게 되어 굉장히 좋았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4개의 포스터를 발표했다. 오프라인 학회와 같이 강연장에서 느껴지는 연구자들의 열의나 북적이는 포스터 발표장의 분위기, 그리고 행사 부스들을 몸소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은 아쉬웠지만 홈페이지에 등록된 포스터들과 온라인 행사 부스를 둘러보며 경품 추첨에 응모할 수 있는 퀴즈를 풀면서, 조금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이번 KSMCB 2020도 셋째 날을 끝으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온라인 강연 스트리밍의 우수한 퀄리티와 여러 분야의 흥미로운 강연들 덕분에 새롭고 유익했던 학회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매년 훌륭한 학술대회를 만들기 위해 수고하시는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한 분 한 분의 땀과 노력으로 완벽한 학술대회가 만들어졌음을 잘 안다. 우리 젊은 세대도 앞으로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KSMCB)의 핵심 일원으로 성장하여 선배님들께서 이룩하신 학회를 더욱 사랑하고 전통을 이어 갈 것이다. COVID-19가 빠른 시기 내에 안정화되어, 다가올 2021년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KSMCB)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오프라인 학회로 개최되어 서로의 연구성과와 열정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