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개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집단유전체학 연구실(Laboratory of Population Genomics)은 2019년 3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유전자 변이의 패턴을 집단유전학 이론의 틀을 통해 해석함으로써 인류와 다양한 동물들의 진화사(evolutionary history)를 추론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장유전체 수준의 변이 자료를 차세대 시퀀싱 등의 방법을 통해 생산/분석하는 작업과 죽은 지 오래 된 개체의 뼈 등에서 추출한 DNA를 시퀀싱한 고유전체(ancient genome) 연구를 통하여 집단의 인구사(demographic history),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 유전자-형질 연관(genotype-phenotype association) 등을 알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 내용

1. 내륙 유라시아인의 유전자 역사

내륙 유라시아(inner Eurasia)는 중앙아시아의 실크로드와 유라시아 초원 지대, 시베리아의 북방침엽수림과 툰드라 지대 등을 포괄하는 매우 넓은 지역입니다. 흉노와 몽골 등 유라시아 초원의 여러 유목 제국은 모두 내륙 유라시아를 기반으로 발흥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변국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내륙 유라시아의 한랭한 고위도 환경과 유목 및 수렵채집 기반의 생활 방식은 온도, 자외선, 식이 등의 다양한 자연선택압을 통해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적응 진화를 유발하였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내륙 유라시아에 살았던 사람들의 유전체를 시퀀싱하고 분석함으로써, 과거 수천 년 동안 내륙 유라시아에서 일어난 인구 이동과 혼합, 적응 진화의 양상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1-6]. 특히 유라시아 초원 최초의 유목 제국인 흉노를 구성하던 사람들의 유전적 다양성과, 흉노 제국 출현 이전 청동기 및 철기 시대 유라시아 초원의 유전적 변화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인류사를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의료유전체학 연구에서 제대로 대표되지 못한 내륙 유라시아인들의 유전적 다양성을 보강함으로써 현대 내륙 유라시아인들의 건강과 복지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소나무재선충의 집단유전학

소나무재선충(pinewood nematode; Bursaphelenchus xylophilus)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선형동물로 소나무와 잣나무 등 침엽수를 감염시켜 고사시키는 임업해충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일본을 거쳐 1980년대 후반 감염된 목재를 통해 처음 도입되었다고 알려져 있고, 현재도 매년 약 100만 그루의 나무를 죽이는 심각한 외래침입종입니다. 이러한 경제적, 생태적 문제점 외에도 소나무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 등 곤충을 매개체로 한 전파 방식, 소나무 조직 및 소나무 부후균류를 순차적으로 섭식하는 복잡한 생활사, 우리나라를 포함한 새로운 서식지에서 전파되며 진화적 경험이 없는 숙주와의 상호작용 등 진화적 관점에서도 모델 생물로서 연구할 가치가 매우 높은 생물종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염색체 수준의 소나무재선충 참조유전체를 제작하고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소나무재선충 개체들의 유전체를 시퀀싱함으로써 우리나라 소나무재선충의 유전적 다양성과 그 분포를 파악하고 전파 경로를 재구성하는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국내 유입 후 일어난 적응 진화의 흔적을 탐색하고, 재선충 감염을 잘 견디는 북미산 소나무류(리기다소나무 및 스트로보잣나무)와 재선충 감염에 취약한 국내 수종(소나무 및 잣나무 등) 사이의 차이에 대한 유전적 연구를 수행할 계획입니다. 또한 동계교배 라인(inbred line)을 만들어 유전체 시퀀싱을 하는 기존의 선형동물 연구 기법과 달리, 재선충의 개체별 유전적 다양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하여 재선충 단일 개체에서 DNA를 추출하여 유전체를 시퀀싱하는 방법을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실험 방법론은 소나무재선충 연구 뿐만 아니라 수많은 미소동물의 집단유전학 연구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3. 대형 발굽동물의 고유전체 연구

대형 발굽동물(ungulates)은 말/소/양/돼지 등 인류의 핵심 가축과 이들의 야생종 조상 및 친척들을 포괄하며, 이들의 진화사는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였습니다. 특히 집단유전학에서는 가축 종들이 어떤 과정을 통하여 언제 어디서 가축화되었는지, 가축화 과정에서 어떤 유전적 변화가 일어났는지, 인류의 활동이 야생 발굽동물을 포함한 자연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유전적 연구를 해 왔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우리나라와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내륙 유라시아 각지에서 발굴된 선사시대 및 이른 역사시대의 가축 뼈에서 얻은 고유전체를 분석하여 이들 가축의 진화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린란드에 서식하는 사향소(Musk ox; Ovibos moschatus)의 유전체를 분석하여 캐나다에서 그린란드로의 이주 경로를 파악하고 개체 수 감소에 따른 유전적 변화와 그 영향을 추정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앞으로도 사람과 다양한 동물들의 진화를 유전체 변이 자료를 통해 연구하고자 합니다. 신기한 동물과 진화생물학, 인류의 역사를 유전자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연구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연구실 홈페이지

https://biosci.snu.ac.kr/jeongpopgen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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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g C, Ozga AT, Witonsky D, Malmström H, Edlund H, Hofman C, Hagan RW, Jakobsson M, Lewis CM, Aldenderfer M, Di Rienzo A, Warinner C (2016) Long-term genetic stability and a high altitude East Asian origin for the peoples of the high valleys of the Himalayan arc. Proc. Natl. Acad. Sci. USA 103(27): 7485-7490.  (^†동일기여; *교신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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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구성원

우재호 (석사과정), 박미진 (박사과정 입학예정), 이주현 (석박사통합과정 입학예정), 이돈녕 (석사과정 입학예정), 민예나 (석사과정 입학예정)

저자약력